정신없는 며칠을 보내고 빨래가 쌓여 빨래방을 갔다.
세탁 32분 건조 39분이 돌아가는데 건조를 돌리고 나니 배가 고팠다.
생각해 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인데 오늘 아직 밥을 안 먹었다.
빨래방 근처에 김밥천국이 있는데 이곳에 산 지 10년이 넘었는데 지나는 길에 늘 보기만 했지 가보지 않았다.
손님이 몇 분 계시길래 들어가 보았다.

김밥 천국에는 메뉴가 다양해서 결정장애가 오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메뉴판과 별도로 붙어있는 열무국수, 열무냉면, 열무비빔밥에 눈이 갔다.

주문을 하면 바로 선결제를 받는 시스템이다.
물과 반찬은 셀프인데 반찬 코너에 기껏해야 단무지와 김치겠거니 했던 예상 빗나갔다.
어묵볶음, 버섯볶음, 전, 고추장아찌, 분홍소시지, 단무지, 김치가 있었고 따듯한 국물과 후레이크가 별도로 준비되어 있었다.
열무비빔밥을 주문했기에 반찬은 몇 가지만 조금씩 담아왔다.

잘 익은 열무김치와 오이, 콩나물, 상추, 계란 반숙이 들어간 열무 비빔밥을 쓱쓱 비벼 한입 먹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맛이 있었다.
내가 들어온 후로도 혼밥 하러 온 손님 둘씩 들어오는 손님이 있었는데 자주 방문 하는 사람들인지 나처럼 어리숙하지 않고 바로 반찬부터 가져가는 모습이었다.
역시 오랜 세월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맛이 평균 이상은 하는 것 같다.
혼밥도 불편한 시선 없이 편안히 먹을 수 있고 메뉴가 다양해서 자주 가도 질리지 않는 동네 맛집이다.
다른 손님들에게 혹여나 불편함을 줄까 봐 메뉴판이며 내부 이것저것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내부도 넓고 청결했다.
한 그릇 뚝딱 하고 나니 빨래가 거의 다 되어간다는 메시지가 왔다.
참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는 연세대와 안산둘렛 길을 산책 했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어서 내려오는 사람은 간혹 있었지만 산책하는 사람은 없었다.
조용한 산책로를 푸르름이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이 좋은 숲세권을 나는 왜 누리고 살지 못하나 하는 생각에 나의 게으름을 탓해본다.

소소하지만 탈 없이 잔잔한 오늘에 감사한다.
오늘을 살아낸 모든 분들 예쁜 꿈 꾸시기를.

'마녀의 먹거리 > 가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0509 점심 - 해피 수제돈까스 (34) | 2023.05.09 |
---|---|
0506 저녁 - 이문설농탕 (50) | 2023.05.06 |
0426 점심 - 북한산 둘렛길맛집 (0) | 2023.04.26 |
0422 저녁 - 맛기행사계절 (4) | 2023.04.22 |
0420 점심- 명동교자 (14) | 2023.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