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연희동 일대에는 유명세를 타고 있는 중식당도 있지만 오랫동안 중화요리에 몸담고 계신 고수님들의
작은 가게들도 많이 있다.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소마는(소심한 마녀) 저녁 메뉴를 중식으로 놓고 생각할 때면 고민에 빠진다.
이유는 각 가게별로 특별히 맛있는 메뉴들이 따로 있기 때문에 만두류가 먹고 싶은 날에는 a가게 탕수육이 먹고 싶은 날은
b가게 전가복이 먹고 싶은 날엔 c가게 이런 식으로 먹고 싶은 요리에 따라 가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늘은 곰돌이씨가 콕 집어 라조기가 먹고 싶다며 연남동 '송가'에서 배달을 시켰다.
첫 번째 요리는 송화단 두부
송화단이라 불리는 삭힌 오리알과 중국식 소스에 대파를 얹은 연두부 요리인데 비주얼로만 봐서는 송화단 때문에
먹지 못할 음식처럼 느낄 수 있겠지만 송화단의 매력에 빠지면 자꾸만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이다.
송화단은 오리알을 석회점토, 소금, 속 겨를 섞은 진흙에 밀봉해 적당한 온도에서 삭힌 음식으로 삭히는 과정에서
노른자는 까맣게, 흰자위는 맑은 흑색이 되고 흰자위 부분에 소나무꽃 같은 무늬가 생기게 되어 송화단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은 삭힌 음식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가 거의 나지 않게 제품화된다고 하지만 치즈에도 숨겨지지 않는 치즈만의 향이 있듯 송화단 특유의 향은 비위가 약하신 분들이나 예민한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겠다.
송가에서 시킨 송화단은 흰자 부분이 검지만 불빛에 비춰보면 갈색빛이 돌고 젤리인 듯 푸딩인 듯 재미난 식감이었다. 노른자 부분은 청색빛을 띠는 회갈색인데 녹진한 고소함은 '이 집 송화단 잘하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곁들여 먹는 연두부도 신선했고 소스 역시 과하지 않았으며 대파가 송화단 특유의 향을 잡아주어 더욱 맛있었다.
두 번째 요리는 라조기
라조기는 튀긴 닭고기를 여러 채소와 함께 볶아 매콤한 양념을 가미한 사천요리이다.
곰돌이씨는 송가의 라조기가 오리지널 라조기맛에 가까운 어릴 적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맛이라 극찬했다.
소마 역시 라조기에 신선한 피망과 죽순이 너무 좋았고 은은한 매콤함에 부드러운 닭고기가 너무 맛있었다.
세 번째 요리는 마른 새우 볶음밥
촉촉하고 부드러운 볶음밥과 자장소스를 곁들여 먹는 중식 볶음밥을 기대한 분이시라면 실망하실 볶음밥인데
아주 작은 건새우와 향만 살짝 준 것 같은 간장 베이스의 볶음밥으로 기름에 밥알 하나하나가 코팅된 느낌의 중화풍 볶음밥이었다. 확실히 볶음밥은 호불호가 강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동남아, 중화권에서 느낄 수 있는 볶음밥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 3분의 2는 내가 먹은 듯했다.
오랜만에 중화요리여서 사실 먹고 싶은 게 더 있었지만 세 가지만 시켰던 건 정말 잘한 것 같다.
먹는 거에 진심인 우리는 종종 두식구라는 걸 잊고 과하게 시켜 다음날까지 먹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은 기분 좋은 배부름을 느끼며 세 가지 요리를 깨끗이 비웠다.
공휴일이지만 출근했던 곰돌이씨 오늘도 수고했고 맛있는 저녁 고마워!

104주년 3.1절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 그 숭고한 정신과 열망을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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